
150호 별님에게 물어봐 # 2
이진욱 학우와 더클래식 김광진 인터뷰
자유롭게 저 하늘을, 우린 정말 날아갈 수 있나요?
예술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 청중은 언제나 반가운 동시에 두려운 대상이다. 청중이 그들을 존재케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의 예술'과 '팔리는 예술' 사이의 갈등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예술학도들이 늘 피할 수 없는 고민이기도 하다. 오는 4월 9일, EMI에서 자신의 첫 솔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는 이진욱 학우(음악학과 전문사 09)에게는 지금 이 고민이 어느 누구보다도 절실하다. 이학우는 지난 24일, 펀드 매니저(동부자산운용 조사분석팀장)이자 '더 클래식'의 가수, 작곡가인 김광진씨를 만나 그가 당면한 사태(?)에 대한 진지한 고민 상담을 했다. 그리고 김광진씨는 전문 애널리스트답게, 날카롭고 현실적인 조언들을 들려주었다.
이진욱 (이하 진욱): 경영학도 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김광진 (이하 ★): 음악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는 꿈이었어요. 어쩌다 경영학과에 가게된 건지는 모르겠는데(웃음), 그 시절에는 음악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지금보다 훨씬 적기도 적었어요. 물론 전공으로 유학을 갔을 때도 음악에 대한 생각은 놓지 않고 있었죠. 음악적인 고민은 개인적으로 계속했구요. 한동준씨를 만나서 작곡가로 데뷔한 뒤에 이승환씨를 만났고, '더 클래식'이란 팀을 결성해 '마법의 성'도 쓰게 됐고……. 음악 교육을 따로 받은 적은 없었지만, 좋은 곡들이 좋은 선생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진욱: '더 클래식'이란 팀은 90년대 한국 가요계에서 그야말로 '클래식'을 많이 만들었고, 굉장히 인기도 있었잖아요. 어째서 돌연 증권사에 입사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 직업으로서 왕성하게 음악 활동을 하기에는 우리나라 환경, 시스템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물론 생계가 어려워서 증권사에 애널리스트로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전업으로 음악을 한다는 자체에 대한 부담이 있었던 것 같아요. 시장은 점점 작아지는데, 가수는 청자의 반응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존재니까요.
진욱: 그 당시엔 작가주의 성향의 아티스트들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거의 없잖아요. 그렇게 된 이유가 뭘까요?
★: 음악 외적인 요소들이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음악 자체보다 뮤지션이 얼마나 이슈가 되는지, 대중적으로 어떤 매력이 있는지.. 사람 자체의 매력이 중요해졌죠. 음악을 잘한다고 해서 주목받기가 어려운 시대인 것 같아요.
진욱: 빨리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민성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아무래도 작가주의 성향의 곡들은 빨리 뜨기가 쉽지 않잖아요.
★: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어요. 제가 증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그런 게 보이기도 해요. 장기적인 투자보다 단기적인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진욱: 음악을 생산하고 청자에게 들려주는 입장에서, 상업적인 부분을 전혀 무시할 수만은 없잖아요. 김광진씨께서는 하고 싶은 음악과 상업적인 음악의 경계에서 어떻게 조율을 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 대중의 욕구는 절대 무시할 수 없죠. 그렇지만 전 그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일단 저는 계속 작가주의 성향으로 갈 생각이에요. 우리나라 음악씬은 창법이나 작곡에 있어서 굉장히 획일적이에요. 마치 우리나라의 똑같은 아파트 같아요. 이게 트랜드라고 생각하면 모든 사람들이 거기에 올인하는, 뭐랄까 좀 고급스럽지 않은 문화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작가주의가 거의 없어진 것 같아요. 상업적으로 이게 먹힌다고 생각하면 다 이런 걸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근시안적인 제작들이 난무하죠. 최근 나온 대중음악들을 들어보면 굉장히 로우 퀄리티의 음악이 많은 것 같아요. 이해할 수 없는 작곡이나 편곡이나.
진욱: 음악 시장 자체의 획일화와 유행은 계속 악순환 하는 것 같아요. 들을게 한정되어 있으니까 사람들도 식상해하고. 요즘 인디 성향의 가수들이 뜨고 있는 현상도 색다른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목마름을 반증하는 것 같아요.
★: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에 인디 성격의 뮤지션들이 예전보다 좀 더 관심을 끄는 것이겠죠. 그렇긴한데, 그렇다해도 우리나라 문화가 전반적으로 다양성이 부족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30대 이후로 넘어가면 여가시간을 보내는 게 대부분 술하고 골프밖에 없죠(웃음). 또 지금 어린 친구들은 우리 때보다 감수성이 있는 것 같지 않아요. 그게 아마 자신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컨텐츠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옛날엔 인터넷 게임도 없었고, 영화도 지금처럼 멀티미디어적인 환경에서 쉽게 볼 수 없었고. 어떤 작품이 좋은 건지 구별하는 능력도 우리가 더 낫지 않나…? 요즘은 음악 사이에 간주들이 없어지는 추세에요. 우리는 예전에 기타 연주에서의 초킹 하나에도 굉장히 강한 감명을 받았는데(웃음)……. 요즘 사람들은 간주로는 어떤 감명을 못 느낀대요.
진욱: 창작력보다는 에디팅이, 음악보다는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해지는 시대적 변화가, 대중음악계 전반의 퇴보라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새로운 트렌드라고 생각하세요?
★: 그것도 글로벌한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외국은, 한국이 당장 핫하게 인기 있지 않으면 좀 한물 가수라고 생각하는 반면, 자기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작업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을 높이 평가하고 존중해주는 편이죠. 또 사실 요즘에는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재능 있는 사람들이 환경 때문에 많이 위축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에는 음악적 재능이 있으면 가창력이 엄청 뛰어나거나 외모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도, 춤을 못춰도 음반을 냈던 것 같거든요. 故유재하씨 같은 경우도 한 장의 앨범만을 가지고도 커다란 영향력을 가졌는데, 지금은 그런 사람이 앨범을 내기가 불가능하죠.
진욱: 멜로디를 너무 이쁘게 쓰시잖아요, 작곡에서의 비법이라면 좀 웃기지만, 나름의 창작 비법이 있나요?
★: 음악에 대해 관심이 많고 어느 정도 배운 사람들은 자신이 좋은 음악을 쓸 수 있을 지에 대해 겁을 좀 내는 것 같아요. 내가 좋은 곡을 쓸 수 있을까 없을까는 어느 정도는 그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꼭 좋은 곡을 쓸 수 있다'는 신념이 있으면 언젠가는 곡을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박진영이나 윤종신 같은 사람들도 처음에는 곡을 잘 못 쓰는 사람들이었거든요. 자기 곡은 거의 없고. 그런데 요즘엔 유명한 히트곡을 많이 썼잖아요. 물론 자기가 노력을 했겠지만, 유재하 같은 사람이었으면 처음부터 자기 곡으로 음반을 냈겠죠.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기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할 수 있다고 봐요.
진욱: 마지막으로 저희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젊은 예술학도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려요.
★ : 모든 예술 문화 시장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요. 이런 시기에 중요한 것은 자신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빨리 캐치해내는 거예요. 결국 자신이 포기하지 않고, 누구보다 질 좋은 컨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언제든지 부각이 될 수 있거든요. 자신이 열망한 것을 이루려는 신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민휘 기자 (colagom@karts.ac.kr)

덧글
아비스 2009/08/30 00:35 # 삭제 답글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