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수요일 by wheee

1.
사람은 이해하기도, 이해되기도 어려워서 오해를 사는 존재다. 누군가를 무섭다고, 불쌍하다고, 혹은 선하다고, 악하다고 여기는 것도 다 오해가 아닐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소심해서 쉽게 다가가지는 못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 같다. 밉다밉다해도 날 웃고 울리는 건 결국은 다 사람이고 사람 이야기이고. 일에 치이다보면 본의아니게 사람들에게 거칠게 말하게 된다. 거칠게 얘기하지 않으려고 해도, 빠르고 정확하게 말하다보면 어느새 뾰족하고 날카로운 말투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기자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모두, 아프지 않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2.
학교주변에서 홍상수의 '잘알지도 못하면서', '밤과 낮'를 연달아 봤다. 이 사람 영화를 보면 정신병이 걸릴 것 같다. 홍상수는 남녀의 찌질한 면모를 끄집어내고 그의 눈에 비치는 이상한 한국을 계속해서 변주하는데, 그건 정말이지 사실과는 다르지 않나. 이를테면 강선생에 나오는 안영미는 현실에 내재하는 캐릭터이지만, 안영미의 연기는 일상에서 볼 수 없는 것과 같다. 영화관에서 나오니 홍상수 영화 안의 세계와 이 세계는 주파수가 미묘하게 달랐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도 아니고, 아주 조금 틀어져 있어서, 징글맞았다. 남자들만 끝까지 웃으면서 보는 영화가 홍상수 영화라고 하던데, 어쩐지 나도 끝까지 뒤로 젖히다 나왔다. 그래서 더 징글맞았다.

아, 며칠 전에 '박쥐'도 보고 왔는데 센 걸 기대하고 가서인지, 굉장히 클래식하게 다가왔다. '1 더하기 1은 2에요'라고 주제를 조목조목 나열해주는 영화. 철학 개론서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요즘에 본 영화 중 가장 친절했음.

3.
아침에 가보니, 학교는 어제보다 한층 더 어수선했다. 교협에서도 성명서가 나왔고, 석관동에 있는 각 원 이론과들도 비대위를 꾸리고 강경대응 태세로 가는 분위기였다. 음악원이랑 무용과 학생들만 빼고. 서초 교사 지하부터 4층까지 호외를 붙이면서, 학생들로부터 "다음 총장은 네가 해라" "우리학교 다 망하나보다" 등의 즉각적인 반응 외에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물론 즉각적이고 무책임한 그런 농담들도 무반응보다는 낫겠다만, 때가 때이니만큼 좀좀좀.

4.
내일 저녁에 용이 감독 인터뷰. 내가 처음으로 기획한 꼭지의, 이번학기 마지막 인터뷰라서 다른 때보다 더 떨린다. 이 꼭지가 다음학기에도 계속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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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힐링포션 2009/05/22 17:42 # 삭제 답글

    과가 존폐위기라니 갑자기 무슨 일인가 했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었군요. 그저 어이가 없고 화가 날 뿐입니다. 한예종도 황지우님도 wheee님도 부디 무사하셔야 할 텐데..... 유인촌 그 개XX의 뜻대로 되어버리면 학교는 남더라도 그 곳은 더 이상 제가 작년 여름에 봤던 그 한예종이 아닐 것 같아요ㅠ_ㅠ
  • wheee 2009/05/24 13:44 #



    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힘드네요 ㅜㅜ 휴
  • 김상헌 2009/05/22 23:30 # 삭제 답글

    네가 수고가 많구나. 우리 과도 비대위에 참여해야 하는 거 아니냐?
  • wheee 2009/05/24 13:45 #

    그렇죠. 우리과도 비대위에 참여해야겠지요. 그런 사람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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